두 달쯤 전의 저를 떠올려봤어요.
자바 책을 50페이지에서 덮고, 십몇만 원짜리 스위프트 강의를 끝까지 못 본 사람이요. 빈 화면에 코드 한 줄을 못 써서 노트북을 닫던 사람. 그 사람이 두 달 만에 앱을 십몇 개나 내놨다고 하면, 그때의 저는 안 믿었을 거예요.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겠죠.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이랑 지금의 제가 그렇게 많이 달라진 건 아니에요.
변한 게 없는 부분부터 인정할게요
저는 지금도 자바를 몰라요. 스위프트도 못 짜요.
빈 파일을 열어놓고 처음부터 혼자 코드를 짜보라고 하면, 지금도 못 해요. 두 달 전이랑 똑같이 막막할 거예요. 클래스가 뭐고 옵셔널이 뭔지, 누가 물어보면 여전히 제대로 설명 못 해요. 그건 솔직히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가끔 좀 이상해요. 나는 코딩을 못 하는데 앱은 나왔으니까요. 그 둘 사이에 분명 뭔가가 있었던 거잖아요. 코드를 못 짜는 사람과 앱을 낸 사람 사이의 그 간극이요. 두 달을 돌아보면서 그게 대체 뭐였을까를 자꾸 곱씹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AI가 다 해준 거지' 하고 넘겼어요. 근데 그것도 좀 이상한 게, 두 달 전의 저도 AI는 똑같이 쓸 수 있었거든요. 그때도 ChatGPT는 있었어요. 사실 처음엔 ChatGPT로 시작했다가 나중에야 클로드 코드에 정착했는데, 도구를 바꾸기 전에도 ChatGPT는 쓸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근데 그땐 앱이 안 나왔어요. 같은 도구를 가지고도 한쪽은 멈췄고 한쪽은 끝까지 갔으면, 도구 말고 제 안에서 뭔가가 바뀐 거잖아요. 그게 뭔지가 궁금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두 달 동안 배운 건 코딩이 아니었어요. 다른 거였어요.
AI한테 부탁하는 법을 익혔어요
처음엔 AI한테 말을 너무 막연하게 걸었어요.
"앱 만들어줘"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당연히 제대로 된 답이 안 나와요. 무슨 앱인지, 어떤 화면이 필요한지, 버튼을 누르면 뭐가 일어나야 하는지를 제가 하나도 안 알려줬으니까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알았어요. 막연하게 물으면 막연한 답이 오고, 구체적으로 물으면 구체적인 답이 온다는 걸요.
그래서 말하는 방식이 바뀌었어요. "이 화면에서 이 버튼을 누르면 이런 게 떴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안 떠"처럼요. 그리고 에러가 나면 그 빨간 글씨를 통째로 복사해서 보여줬어요. 제가 요약하려고 하면 꼭 중요한 부분을 빼먹더라고요. 그냥 다 보여주는 게 나았어요.
한 번에 안 풀리면 같은 걸 다른 말로 다시 물었고요. 처음엔 한 번 답이 틀리면 'AI도 별거 없네' 하고 닫았는데, 말을 바꿔서 두세 번 더 물으면 풀리는 경우가 꽤 많았어요. 같은 문제도 "이게 왜 안 돼?"보다 "어떤 화면에서 뭘 눌렀을 때 어떤 글씨가 떴어"라고 상황을 깔아주면 답이 확 달라지더라고요. 그게 코딩 실력은 아니잖아요. 그냥 부탁을 잘하게 된 거예요. 어떻게 보면 사람한테 일 부탁하는 거랑 비슷했어요. 두루뭉술하게 던지면 두루뭉술하게 돌아오고, 정확히 말하면 정확히 돌아오고요.
막혔을 때 도망가지 않는 법을 배웠어요
이게 제일 큰 변화 같아요.
1편에 썼던 그 사람은요, 에러 하나에 노트북을 덮었어요. 자바 책도 그래서 덮었고, 스위프트 강의도 그래서 멈췄어요. 막히면 '아, 역시 나는 안 되는구나' 하고 그냥 도망쳤거든요. 그게 제 오래된 버릇이었어요.
근데 두 달 동안 그런 일들을 수없이 거치면서,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었어요. 빨간 에러가 떠도 예전처럼 가슴이 철렁하지 않더라고요. '이것도 어딘가 답이 있겠지' 하고 한 번 더 해보게 됐어요. 실제로 답이 있었거든요. 거의 매번요. 그걸 몇십 번 겪으니까, 막힌다는 게 끝이 아니라 그냥 한 단계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된 거예요.
한번은 새벽까지 같은 에러를 붙들고 있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진작 노트북을 닫았을 시간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조금만 더'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결국 새벽에 풀렸어요. 첫 빌드가 새벽에 성공했던 그날도 딱 그런 식이었어요. 푼 것보다도, 제가 안 닫고 버텼다는 게 더 신기했어요. 아, 내가 이런 것도 끝까지 붙들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었거든요.
대단한 깨달음은 아니에요. 그냥 한 번 더 해보는 거요. 근데 1편의 저는 그 한 번을 못 했어요.
어제 넘어진 자리를 적어두기 시작했어요
저는 같은 데서 두 번 넘어지는 사람이었어요.
분명 저번에도 겪었던 문젠데, 또 막혀서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아, 저번에도 이거였잖아' 하는 거예요. 그게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어느 날부터 막혔던 걸 짧게 적어두기 시작했어요. 뭐 거창한 건 아니고, 메모장에 '이럴 땐 이렇게' 정도로요. 이 버릇이 나중엔 같은 잔소리 두 번 하기 싫어서 만든 CLAUDE.md로 이어졌고요.
그랬더니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 게 확 줄었어요. 두 번째 앱이 15일 만에 빨랐던 것도 절반은 이 메모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코드를 더 잘 짜서가 아니라, 어디서 넘어지는지를 적어뒀으니까 그 자리를 피해 간 거죠.
웃긴 건, 그 메모를 다시 읽어보면 같은 말이 몇 번씩 적혀 있어요. 적어두고도 또 까먹고 또 넘어졌다는 뜻이죠. 그래도 세 번째쯤 되면 안 적어도 손이 먼저 기억하더라고요. 머리로 외운 게 아니라 손이 익은 거예요. 자바 책으로 외우려던 건 그렇게 안 됐는데, 직접 넘어지면서 익힌 건 이상하게 안 잊혀지더라고요.
다 이해 못 해도 일단 돌아가게 만들었어요
예전의 저는 다 알고 나서 시작하려고 했어요.
자바도 그래서 50페이지를 붙들고 있었던 거예요. 이걸 완벽히 이해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근데 그러다 보면 영영 시작을 못 해요. 이해는 끝이 없으니까요.
지금은 좀 뻔뻔해졌어요. 코드가 왜 이렇게 도는지 정확히 몰라도, 일단 앱이 돌아가면 그냥 둬요.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또 물어보면 되니까요. 다 알고 시작하려 했으면 저는 아직도 첫 앱을 못 냈을 거예요. 모르는 채로 일단 돌아가게 만드는 것, 그 감각이 두 달 사이에 생긴 게 신기해요.
그래서 제가 뭐가 됐냐면요
대단한 사람이 된 건 아니에요.
저는 여전히 코드를 못 짜고, 앞으로도 자바를 제대로 배울 생각은 없어요. 두 달 전이랑 실력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요. 그냥 습관 하나가 생겼을 뿐이에요. 막혀도 끝까지 안 도망가는 습관이요. 그거 하나가 자바 책 50페이지에서 멈췄던 사람과 앱을 낸 사람을 갈랐던 것 같아요.
1편을 쓸 때의 저는 막막했어요. 지금은 그렇게 막막하지는 않아요. 여전히 모르는 건 많은데, 모른다고 해서 멈추지는 않게 됐거든요. 그 차이가 두 달 동안 제가 진짜로 배운 거예요. 코딩이 아니라요.
오늘은 여기까지 적을게요. 두 달을 한 번 돌아봤더니, 배운 게 코드 한 줄이 아니었다는 게 좀 머쓱하면서도 다행이다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