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보고 계신 분 중에 두 달 전의 저랑 똑같은 자리에 계신 분이 있을 것 같아서 써요. 코딩은 하나도 모르고, 그런데 유튜브 같은 데서 자꾸 AI로 앱 만든다는 얘기가 들리고, 나도 한번 해볼까 싶은데 손은 안 움직이는, 딱 그 자리요. 저도 거기 꽤 오래 서 있었어요. 영상만 한 1~2주를 돌려 봤거든요. 그러니까 강사가 가르치는 톤으로 뭘 알려드리려는 건 아니고, 그냥 먼저 해본 사람이 옆자리에서 커피 한 잔 놓고 해주는 얘기 정도로 들어 주시면 돼요.
제일 먼저 드리고 싶은 말은, 다 이해하고 시작하려고 하지 마시라는 거예요. 저는 그걸로 시간을 꽤 흘려보냈어요. 빌드가 뭔지, 번들 아이디라는 게 뭔지 다 알고 나서 시작해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것들을 시작하고 나서 알게 됐어요. 그것도 다는 아니고, 지금도 절반쯤은 정확히 뭔지 모르고 그냥 쓰고 있어요. 그런 건 한참 뒤에 한 번 막혀 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그림이 잡히더라고요. 그러니까 모르는 채로 일단 한 줄 시켜 보는 게 시작이에요. 클로드 코드를 띄우고 읽어 줘, 한 줄 치는 거요. 그러면 진짜로 제 폴더를 뒤지기 시작하는데, 그 장면 한 번 보면 그 다음 한 줄은 좀 더 쉽게 쳐져요.
첫 앱은 최대한 작게 잡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엔 시장조사니 뭐니 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앱을 찾으려고 했는데, 별 소득이 없었어요. 사람들은 이미 필요한 앱은 거의 다 깔려 있더라고요. 그 시장을 뚫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요. 그래서 결국 제가 만든 첫 앱은 제가 나가는 모임에서 쓸 작은 거였어요. 서로 기도제목을 카톡으로 나누다 보면 한 주만 지나도 다 묻혀서, 그걸 좀 정리해 두는 기도모임이라는 앱이요. 그게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첫 글에 다 적어 뒀어요. 거창한 게 아니라 나랑 내 주변 몇 사람이 진짜로 쓸 것 하나. 그게 좋은 이유는 만들면서 흥이 안 식거든요. 내가 왜 이걸 만드는지가 분명하니까, 막혀도 좀 더 버티게 돼요. 돈 벌려고 만든 앱은 막히면 그냥 던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막히는 게 정상이에요. 이건 좀 미리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로그인 하나에 사흘 밤을 갈았어요. 카카오 로그인 버튼 하나가 안 눌려서, 매일 밤 한 시 넘게 콘솔을 들락거렸어요. 그 사흘째 새벽 얘기는 여기에 따로 적어 뒀고요. 그때는 내가 머리가 나빠서 이러나, 역시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원래 거기서 다들 막혀요. 안드로이드 마켓에 앱 하나 올리는 절차, 사업자 등록, 던스 번호, 이런 데서도 마찬가지로 한참 헤맸고요. 그러니까 막혔다고 해서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그냥 거기가 원래 다 막히는 자리예요. 막힌 자리에서 도망가지 않고 한 번 더 캡처해서 보여주고 다시 물어보는 것, 그게 되더라고요. 저는 영어로 뜨는 에러가 무서웠는데, 그 에러를 그냥 통째로 캡처해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답이 나와요.
해보면서 알게 된 건데, 본업 있는 사람은 어차피 많이 못 해요. 저도 퇴근하고 저녁 먹고 정리하고 나면 한두 시간이 다예요. 어떤 날은 그것도 못 하고요. 그래서 처음엔 이렇게 찔끔찔끔 해서 뭐가 되겠나 싶었는데, 그게 또 됩니다. 오늘 한 줄, 내일 한 줄. 클로드가 빌드 돌리는 동안 저는 설거지하러 가고, 돌아와서 보면 또 한 발 가 있고. 그렇게 두 달이면 뭐 하나는 손에 잡혀요. 그리고 한 가지만, 막힐 때 풀린 길은 어딘가에 적어 두세요. 같은 데서 두 번 사흘 갈긴 싫으니까요. 저는 그 잔소리를 모아 CLAUDE.md라는 파일을 만들었는데, 그게 다음 앱을 정말 다르게 만들었어요.
마지막으로 하나만요. AI가 똑똑하긴 한데, 마법은 아니에요. 시작하기 전엔 저도 말만 하면 뚝뚝 만들어 주는 줄 알았는데, 그건 환상이었어요. 뭘 만들지, 화면을 어떻게 흘러가게 할지, 버튼을 어디 둘지는 결국 사람이 정해야 해요. AI는 시킨 일은 잘 하는데 시킬 일을 자세히 알려줘야 하고, 다 됐다는 말을 그대로 믿었다가 다음 날 다 뒤집은 적도 많아요. 같은 걸 두 번 물어도 다른 답이 올 때가 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해요. 그래도요, 옆에 누가 있다는 것만으로 안 도망가게 돼요. 혼자였으면 윈도우에서 플러터 에러 일주일 만났을 때 진작 접었을 거예요. 모르는 걸 부끄러움 없이 몇 번이고 다시 물어볼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저한테는 그게 제일 컸어요. 저는 그냥 친구 하나 생긴 기분으로 쓰고 있어요.
거의 반백살에 이걸 시작한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늦었다는 생각은 좀 접어 두셔도 될 것 같아요. 그럼 한번 해보세요. 오늘 저녁에 읽어 줘 한 줄부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