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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초보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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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기]#첫빌드#출시#기도모임

첫 빌드가 성공한 새벽 — "와… 이게 되네"

2026.06.01by addwisdom+61 EXP

카카오 로그인이 사흘 만에 풀린 그 새벽엔 이제 다 됐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큰 산을 넘었으니 빌드는 그냥 떨어지는 일만 남았겠다, 그런 식이었죠. 그게 또 한 번 빗나갈 거라는 건 그때까지 몰랐어요. 카카오 콜백이 부드럽게 돌아오는 화면을 보고 노트북을 덮은 다음 침대로 갔는데, 다음 날 저녁에 다시 앉아서 이제 폰에 한번 깔아 보자 하고 빌드를 돌렸더니 또 다른 빨간 줄이 줄줄이 떠 있었어요. 그날부터 며칠을 더 헤맸어요. 첫 빌드가 진짜로 제 폰에 들어가던 그 순간까지, 카카오 풀린 새벽으로부터 며칠이 더 걸렸어요.

시뮬레이터에선 사실 진작 돌고 있었거든요. 맥북 화면 안에서 아이폰처럼 생긴 창이 뜨고, 그 안에서 제 앱이 멀쩡히 켜지는 건 카카오 매듭 풀기 한참 전에도 됐어요. 그래서 시뮬레이터에서 되니까 폰에 깔리는 것도 비슷한 거 한두 번이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봤어요. 그게 또 다른 환상이었다는 걸 그 며칠 동안 알게 됐어요. 시뮬레이터는 맥 안에서 도는 가짜 아이폰이고, 진짜 제 폰에 깔리려면 또 다른 줄들을 맞춰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시뮬레이터는 되는데 실기기에선 안 됐어요

처음 폰을 케이블에 꽂아서 엑스코드 위에 띄웠을 때, 화면 어딘가에 제 폰 이름이 작게 떴어요.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좀 두근거렸어요. 빌드 버튼을 눌렀더니 한참 진행되다가 마지막 즈음에 빨간 글씨가 떴어요. 프로비저닝 프로파일이 어쩌고저쩌고. 그 단어를 또 처음 들었어요. 카카오에서 IAM이라는 단어 만났을 때 같은 기분이었어요. 한 줄짜리 에러 안에 처음 보는 명사가 박혀 있으면 그 명사부터 알아내야 다음 한 발이 떨어져요.

클로드 코드한테 캡처를 띄워 줬더니, 애플 디벨로퍼 계정에서 이 폰의 식별 번호를 등록해 두고, 거기에 맞는 프로파일을 새로 받아 와야 해요 라고 알려줬어요. 디벨로퍼 사이트에 들어가서 폰을 등록하고, 새 프로파일을 받고, 엑스코드에서 그걸 다시 가져오고. 한 번 더 빌드를 눌렀어요. 또 빨간 줄이 떴어요. 이번엔 서명이 어쩌느니 하는 줄이었어요. 또 캡처해서 던지고, 또 한 줄을 받고, 한 번 더 빌드. 그러기를 그날 밤 내내 했어요. 빨간 줄과 캡처와 한 줄짜리 답이 번갈아 오는 그 흐름이 카카오 사흘이랑 결이 비슷했어요. 다만 카카오는 콘솔 두세 군데를 왔다 갔다 했다면, 이쪽은 엑스코드 안의 칸과 디벨로퍼 사이트의 칸을 오가는 차이였어요.

중간엔 디버그 빌드는 폰에 들어가는데 정작 안에 들어가서 카카오 로그인 버튼을 누르면 또 안 되는 일도 있었어요. 시뮬레이터에선 잘 됐는데요. 한참 들여다보니 폰에 깔리는 빌드는 또 다른 키로 서명돼 있는데, 카카오 디벨로퍼스 콘솔에 그 폰 빌드의 해시값을 따로 안 등록해 둬서였어요. 그러니까 카카오 로그인 한 번 풀어뒀다고 끝이 아니라, 시뮬레이터용 키와 실기기용 키가 따로 있어서 콘솔에 그 두 개를 다 넣어 둬야 했던 거예요. 그날 밤 그걸 알아내고 한 번 더 등록한 다음, 폰에서 카카오 로그인 버튼을 다시 눌러봤어요. 카카오톡으로 휙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시뮬레이터에서 본 흐름이 손바닥만 한 진짜 화면 안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게 좀 비현실적이었어요.

그래도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알림 권한 켜는 자리, 엔타이틀먼트라는 파일에 한 줄이 빠져 있는 자리, 무슨 키체인 어쩌고 하는 줄 같은 게 한 번씩 빌드를 가로막았어요. 한 가지가 풀리면 또 다른 한 줄이 떴어요. 그게 며칠 갔어요. 평일 저녁이 끝나면 카페에서 시켜둔 커피가 식어가는 그 옆 책상에서, 빌드 화면이 진행률을 천천히 채워가는 걸 보고 있었어요. 빌드 한 번 도는 데 사오 분씩 걸리니까 그 시간 동안 의자에 기대 천장만 보는 순간이 많았어요. 이게 되긴 할까 같은 마음이 한 번씩 올라왔는데, 그때마다 카카오도 결국 풀렸잖아 하고 스스로한테 우기는 식으로 버텼어요. 카카오가 풀렸다는 그 한 가지 사실이 며칠을 끌어줬어요.

그날 새벽, 마지막 빨간 줄이 사라졌어요

그날도 평일 저녁이었어요. 며칠째 같은 자리에 앉아서 같은 빌드 버튼을 누르고 있던 그 흐름의 끝쯤이었어요. 클로드 코드가 이번엔 엔타이틀먼트 파일 안의 줄 하나를 좀 바꿔볼게요 하면서 손을 봤고, 저는 옆에서 그저 그 화면을 보고 있었어요. 시계는 새벽 한 시를 넘기고 있었어요. 빌드를 눌렀어요. 평소 같으면 빨간 줄이 떠야 할 자리에서, 진행 막대가 끝까지 채워졌어요. 빨간색이 안 떴어요. 마지막에 회색 글씨로 짧게 한 줄이 떴어요. 빌드 성공.

키보드에서 손을 잠깐 떼고 그 줄을 한 번 더 봤어요. 또 다른 빨간 줄이 나중에 와서 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짧게 스쳤어요. 그런데 진행 막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어요. 폰 화면이 잠깐 깜빡하더니, 엑스코드 안의 진행률이 제 폰에 설치 중 같은 안내로 바뀌었어요. 그 막대가 차오르는 속도가 평소보다 조금 느리게 느껴졌어요. 책상 위에 놓인 폰을 한 번 보고, 모니터를 한 번 보고, 식어버린 머그잔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면서 그 막대가 끝나는 걸 기다렸어요. 거실은 다 어두웠고, 모니터 빛이 책상 위에만 떨어지고 있었어요. 평소엔 의식 안 하던 그 빛이 그날따라 좀 도드라지게 느껴졌어요.

설치가 끝났다는 안내가 떴어요. 케이블을 빼고 폰을 손에 들었어요. 잠금을 풀고 홈 화면에 들어가서 어디에 떴는지 찾아봤어요. 다른 앱들 사이에 기도모임 이라는 글자가 적힌 아이콘이 떠 있었어요. 그 아이콘이 모니터 안의 시뮬레이터 화면에서 보던 거랑 똑같은 모양인데, 손바닥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 무게가 좀 달랐어요.

손가락으로 한 번 눌러봤어요. 로딩이 살짝 돌고 나서, 시뮬레이터에서 수십 번 봤던 그 첫 화면이 폰 안에서 떴어요. 와… 이게 되네. 입에서 나온 말이 그게 전부였어요. 누가 들으면 별것 아닌 한마디인데, 그 새벽에 거실에 앉아 그 말을 혼잣말로 한 게 좀 묘하게 또렷이 남았어요.

그날 밤 잠이 안 와서

그러고 나서 잠이 안 왔어요. 새벽 두 시쯤이었는데도 그랬어요. 폰을 들고 침대로 가서 누웠는데 화면을 끄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아이콘을 한 번 더 눌러보고, 안에 들어가서 한참 만져보고, 다시 홈으로 나와서 그 아이콘이 다른 앱들 사이에 있는 걸 또 보고. 일종의 확인 같은 거였어요. 진짜로 거기 있는지, 내일 아침이 되면 사라지지 않는지. 어떤 화면을 한참 보다가 그게 어떻게 나오는 거더라 하고 떠올려 보다가, 다시 또 보고. 그 한 시간을 그렇게 보낸 거 같아요.

머릿속에 떠올랐던 한 줄은 이거였어요. 두 달짜리 시간이 이 한 순간으로 갚아진 기분. 윈도우에서 일주일을 헤매다 맥미니로 옮긴 거, 챗지피티 창에서 복붙 셔틀 같던 며칠, 클로드 코드 만나고 나서 도구가 손에 익기까지의 시간, 사업자 등록증 한 장 받겠다고 동사무소 다녀온 거, 카카오에서 INTERNAL 한 줄 가지고 사흘 새벽을 보낸 거. 그 모든 게 이 한 화면 안에 압축돼서 들어와 있는 것 같았어요. 진심으로 내가 진짜 뭔가 만들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이 그 새벽에 처음으로 들었어요. 두 달 동안 한 번도 그렇게 또렷이 들지 않았던 생각이었어요.

이 일 시작하고 며칠 가지 않아서 솔직히 한 번 포기를 진지하게 떠올린 적이 있어요. 챗지피티 창에 같은 에러를 두 시간째 핑퐁하던 어느 밤이었는데, 거실 소파에 노트북을 덮어두고 이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맞나 같은 생각이 잠깐 올라왔어요. 그 생각이 그날 그렇게 깊지는 않았는데, 가끔 다시 떠오를 때마다 그래도 한 번만 더 해보자 하는 식으로 미뤄왔던 거였어요. 그 새벽엔 그게 어떻게 미뤄왔던 일인지가 이상하게 또렷이 보였어요. 두 달 동안 매일 저녁 미뤄왔던 게 그 한 순간을 위해서였구나, 그런 식으로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다시 폰을 봤어요. 아이콘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어요. 사라지지 않았어요. 출근 준비하면서 한 번 더 눌러보고, 안에 들어가서 첫 화면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폰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어요. 회사 가는 지하철 안에서 한 번 더 꺼내 봤어요. 그 아침 지하철에서 그 아이콘을 한 번 더 누르고 안에 들어가 봤던 게 그 후로 며칠 동안의 작은 의식 같은 게 됐어요.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건 그때 거의 잊고 있었어요. 빌드가 폰에 들어갔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 진짜로 다른 사람들 폰에도 깔리려면 마켓이라는 데에 올려야 한다는 거. 그 길이 또 얼마짜리인지는 그 새벽엔 전혀 짐작하지 못했어요. 그게 App Store에서 거절 메일을 받는 이야기로 이어질 줄은 그땐 몰랐죠. 그건 그 다음 주부터 시작될 또 다른 이야기였고, 일단 그 새벽엔 이게 되네 한 줄만 손에 쥐고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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