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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초보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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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기]#시작#바이브코딩#클로드코드

자바도 스위프트도 포기했는데, AI로 두 달 만에 앱 14개 만들었어요

2026.05.27by addwisdom+90 EXP

맥미니 M4 박스를 뜯은 게 올해 3월 어느 평일 저녁이었어요. 퇴근하고 저녁 먹고, 거실 한쪽 책상 위에 박스를 올려놓고 한참 그냥 들여다봤던 기억이 나요. 사놓고 며칠 만에 뜯는 거였거든요. 비닐 벗기고 케이블 꽂고, 모니터에 처음 부팅 화면이 뜨던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말은 별거 아니었어요. 진짜 시작하는구나, 그게 다였어요. 그 전엔 한 줄도 안 짰고, 그 후 두 달 동안 앱이 열네 개 나왔어요. 본인이 더 어이없어 하는 중이에요.

저는 막 코드를 잘 짜는 사람은 아니에요. 오히려 반대에 더 가까워요. 대학생 때 자바 책 한 권 사서 3장쯤에서 덮었던 게 첫 시도였어요. 그때는 while문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가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갔어요. 한참 지나고 어느 해엔 아이폰 앱을 만들어 보겠다고 스위프트 인강을 끊었는데, 한 달도 못 채우고 접었어요. 내 머리로는 이거 안 되는 거구나, 그때 거의 결론 비슷한 걸 내렸던 것 같아요. 군대에서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을 따긴 했는데 그건 시험용이라 뭘 실제로 만드는 일하고는 다른 얘기더라고요. 회사에선 엑셀 매크로 정도는 짤 줄 알아요. 딱 그 정도가 전부였어요.

그러니까 "코딩 두 번 포기한 40대 직장인이 두 달 만에 앱 열네 개" 같은 문장은 사실 저한테도 좀 비현실적이에요. 글 쓰는 지금도요.

본격적인 트리거는 유튜브였어요. 별 생각 없이 퇴근하고 거실에서 멍하니 보는데 바이브코딩이라는 단어가 자꾸 나오고, 오픈 클로라는 이름이 자꾸 들리더라고요. 코드 안 짜고 말로 시키면 AI가 알아서 앱을 만들어 준다는 게 솔직히 처음엔 잘 안 믿겼어요. 영상마다 너무 띄워주는 거 아닌가 의심도 들었고요. 그런데 한 가지가 마음을 흔들었어요. 유튜브 초창기에 일찍 시작한 사람들이 그 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생각났거든요. 늦은 거 같으면서도, 어쩌면 지금이 또 그 초기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한 1~2주를 그 영상들만 돌려 봤어요. 그 다음에 한 일이 맥미니 주문이에요.

사실 처음엔 윈도우로 시도했었어요. 회사 일도 윈도우로 하니까 당연히 편할 줄 알았어요. 플러터 자체 설치는 어찌어찌 됐어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막상 flutter run 한 줄을 치면 매번 빨간 줄이 줄줄이 떴어요. 백신이 어쩌느니 파일 공유가 어쩌느니, 알지도 못하는 단어들로 화면이 가득 찼어요. 백신 예외 처리해 보고 폴더 권한 바꿔 보고, 한밤중에 영문 스택오버플로우 글을 번역해 가면서 그대로 따라해 보고, 또 빨간 줄 보고. 그 짓을 일주일을 했어요. 어느 새벽에 안 되겠다 싶어서 맥미니 주문 버튼을 눌렀어요. 두 달 통틀어 제일 잘한 결정 중 하나였어요. 맥에선 처음 친 flutter run이 그냥 됐거든요. 그 단순함에 좀 멍해졌어요.

도구는 세 번 갈아탔어요. 처음엔 챗지피티였고, 다음은 제미나이, 그러다 클로드 코드에 정착했어요. 앞의 두 개랑 클로드 코드는 결이 좀 달라요. 채팅창에서 코드를 받아다가 이걸 도대체 어디다 붙여야 하지 하고 한참 헤매는 게 아니라, 클로드 코드는 그냥 제 맥미니 안으로 들어와요. 폴더를 직접 만들고 파일을 직접 쓰고, 빌드까지 알아서 돌려요. 처음 그걸 보던 날 밤이 기억나요. 명령어 하나 치고 읽어줘 라고만 했는데, 진짜로 제 폴더를 뒤지더라고요. 새 파일을 만들겠다더니, 정말로 만들었어요. 그때 아 이건 다른 물건이다 하는 느낌이 왔어요. 처음엔 월 20달러짜리 프로 요금제로 결제했는데 사용량 한도에 매번 걸려서 한 달만 쓰고 맥스 플랜으로 올렸어요. 적은 돈은 아니지만, 한 번 시키면 두세 시간을 혼자 일하니까 들이는 만큼은 본전을 뽑아요.

첫 앱은 기도모임이었어요

뭘 만들지는 멀리서 찾지 않았어요. 제가 정기적으로 나가는 모임에서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시간이 있어요. 누가 이번 주에 부모님이 편찮으시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분을 위해 기도해 드리겠다고 한마디씩 달아주고, 또 누구는 시험을 앞두고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을 위한 기도제목이 짧게 올라오고. 그걸 다 카톡으로 나누고 있었어요. 따뜻한 일인데 한 가지가 매번 아쉬웠어요. 카톡은 시간이 지나면 다 묻혀요. 새 메시지가 위로 위로 쌓이니까 지난주에 누가 어떤 기도를 부탁했는지 한 주만 지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정작 누군가를 위해 계획적으로 기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거 앱이면 기도제목이 차곡차곡 정리되고, 누가 누구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지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름도 그대로 기도모임으로 정했어요. 쓸 사람이 정해져 있고 피드백도 바로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만들고 싶은 이유가 분명했어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내한테 나 이거 한번 해볼게 하니까 잠시 보더니, "돈 벌려고 하지 말고 취미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응원이긴 한데 동시에 너무 기대는 말라는 뜻이기도 했죠. 어느 쪽이든 일단 해보라는 거니까 저한텐 충분했어요. 머릿속 목표는 월 30만 원이었어요. 그 정도면 클로드 비용 빠지고 용돈이 조금 남는 수준이라 적당하다 싶었거든요. 그땐 그게 충분히 닿을 거리에 있어 보였어요.

근데 진짜 어려운 건 그 다음에 시작됐어요. 처음에 품었던 환상이 AI한테 시키기만 하면 알아서 다 해주겠지였는데, 그건 정말 환상이었어요. 뭘 만들지, 화면을 어떻게 흘러가게 할지, 버튼 하나를 어디에 둘지, 이런 건 결국 사람이 정해야 해요. AI는 시킨 일은 잘 하는데 그 시킬 일을 자세히 알려줘야 하고, 결과를 안 보고 "구현 완료했습니다" 한 마디를 그대로 믿었다간 다음 날 다 뒤집어야 했어요. 같은 질문이라도 맥락이 바뀌면 다른 답이 와요. 막혔을 땐 그냥 에러 화면을 통째로 캡처해서 보여주는 게 제일 빨랐고요.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일을 시키면 중간에 뭘 빠뜨리길래, "순서대로 하나씩 진행해 줘" 라고 매번 못 박는 습관이 그때 생겼어요.

코딩 자체보다 더 어이없는 데서 시간이 갔어요. 애플 디벨로퍼 가입에 99달러, 구글 플레이에 25달러. 이건 카드만 긁으면 되니까 쉬워요. 정작 어려운 건 그 뒤로 줄줄이 있더라고요. 안드로이드는 사업자 등록 안 하고 앱을 올리려면 20명 베타테스터를 모아 2주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개인이 그 20명을 모으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사설 업체에 한 번 맡겨봤는데 결과가 미덥지 않아서 결국 사업자 등록까지 갔어요. 구글은 사업자 등록 과정에서 운영 웹사이트도 요구하더라고요. 다행히 예전 블로그 도메인이 있어서 그걸로 통과시켰어요. 애플도 처음엔 개인으로 했는데 스토어에 제 실명이 그대로 박혀 나와서 곤란했고, 던스 번호 받고 법인으로 옮기는 작업까지 했어요. 그 과정이 또 한참이었어요. 처음부터 사업자 내고 시작할걸 그랬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어요.

그 중에서 제일 충격이었던 건 로그인이었어요. 카카오, 구글, 애플 세 개를 다 붙여야 사람들이 편하게 들어오는데, 회사마다 가입 페이지가 다르고 키 발급 절차가 다르고 콘솔 어딘가에 등록해야 할 게 또 따로 있어요. 한쪽에서 충돌이 나면 푸느라 또 반나절이 가고요. 이거 하나에 사흘이 통째로 갔어요. 매일 밤 1시 넘게 콘솔 들락거리면서 이번엔 되겠지 하다가 안 되면 또 다른 키 발급받고. 카카오는 AI도 처음엔 풀지 못했어요. 답을 주긴 하는데 그대로 하면 또 안 되고, 또 답을 주는데 또 안 되고. 카카오 개발자 문서 페이지를 통째로 긁어서 보여주고 이거 기반으로 다시 처음부터 같이 보자 라고 시킨 다음에야 답이 나왔어요. 그 사흘째 새벽에 카카오 로그인 버튼 누르고 카카오톡으로 휙 넘어갔다가 다시 제 앱으로 돌아오는 걸 처음 봤을 때, 모니터 앞에서 좀 멍하니 앉아 있었어요. 그렇게 풀린 해결법은 전부 글로벌 메모리 파일이라는 데 모아 뒀어요. 그게 두 번째 앱부턴 정말 큰 차이를 만들었어요. 같은 함정에 두 번 빠지지 않게 해주는 거니까요.

첫 빌드가 성공해서 제 폰에 제가 만든 앱이 깔리던 날도 새벽이었어요. 화면에 기도모임이라고 적힌 아이콘이 다른 앱들 사이에 떠 있는 걸 보고 와… 이게 되네 하고 혼잣말이 나왔어요. 그 한마디로 두 달이 갚아진 기분이었어요.

두 번째 앱은 15일 만에 나왔어요

첫 앱까지 두 달이 걸렸는데, 두 번째 앱은 15일에 나왔어요. 한 번 끝까지 가보니까 앱을 만든다는 게 어떤 일들의 묶음인지가 머리에 들어오더라고요. 사업자 등록 같은 건 한 번 해두면 끝이고, 키스토어니 서명이니 하는 건 글로벌 메모리에 적어두면 AI가 다음부턴 거의 알아서 해요. 같은 데서 두 번 안 막혀요. 그 다음부터는 한 달에 서너 개씩 나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동시에 두세 개를 굴려요. 솔직히 한 개만 돌리면 클로드 코드 한도가 남거든요. 한 창에서 빌드 도는 동안 다른 창에서 다른 앱을 작업하는 식이에요.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다가도, 그게 또 묘하게 재밌어요.

5월 말 지금 열네 개예요. 수익은 거의 없어요. 광고를 단 앱들도 있는데 자가 클릭으로 한 번 한 달 정지를 먹은 적도 있고요(어떤 앱에서 누가 잘못 눌렀는지조차 안 알려주는 게 제일 답답했어요), 인앱결제도 여러 앱에 넣어 봤는데 실제 결제는 아직 없어요. 월 30만 원 목표는 멀어요. 제일 의외였던 건 1위 앱이 영어로 만든 한국드라마 퀴즈 앱이라는 거예요. 시장조사 같은 거 하나도 안 했고, 그냥 외국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감으로 만든 거였거든요.

첫 승인 메일은 아이랑 놀이공원에 갔던 어느 주말에 왔어요. 휴대폰 알림으로 영어 한 줄이 떴고, 회전목마 옆 벤치에서 그걸 한참 들여다봤어요. 앱스토어 앱을 켜서 제 앱 이름을 쳐봤더니 진짜로 떴어요. 이름이, 아이콘이, 화면 캡처가요. 이게 진짜로 거기 있구나. 그 감각은 두 달짜리 좌충우돌 어떤 순간하고도 좀 달랐어요. 옆에서 아이가 아빠 뭐 보냐고 묻길래 그냥 신기한 게 좀 있어서 그런다고만 했어요.

거의 반백살에 이런 식으로 뭘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감각을 깨워요. 그게 뭔지는 아직 잘 표현 못 하겠는데, 일단 매일 저녁이 좀 다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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