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챗지피티였어요. 뭘 잘 알고 고른 게 아니라, 그게 제일 많이 들어본 이름이라서요. 가입하고 채팅창에 커서 깜빡이는 거 보면서 뭐부터 물어보지 한참 생각했던 게 기억나요. 코딩 자체를 한 줄도 안 짜본 사람이 화면 앞에 앉으니까 질문조차 안 만들어졌어요. 그날 결국 친 첫 문장이 플러터로 앱 만들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요 같은, 그런 한 줄이었어요. 답이 길게 왔어요. 친절했어요. 다 읽었는데 한 가지 의문이 가시질 않았어요. 좋아, 그래서 이걸 어디다 붙여 넣어야 하지.
그게 챗지피티랑 같이 살던 첫 며칠의 분위기였어요. 질문하고 답 받고, 답에 있는 코드를 복사하고, VS Code 어디 빈 칸에 일단 붙여 넣고, 빨간 줄이 줄줄이 뜨면 그 빨간 줄을 다시 챗지피티에 옮기고. 그 루프 안에서 시간이 한참 갔어요. 분명히 답은 잘 주는데, 답을 받는 사람과 그걸 내 컴퓨터 안에 가져다 박는 사람이 다른 게 이상하게 진을 빼는 일이었어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잠깐 멍하니 있는 순간이 잦아졌어요. 내가 지금 코딩을 배우고 있는 건지, 복붙 셔틀을 하고 있는 건지가 헷갈렸어요.
그러다 제미나이로 갈아탔어요. 챗지피티만 답이 있는 건 아닐 텐데 싶어서요. 사실 챗지피티에서 제미나이로, 다시 클로드 코드로 도구를 갈아탄 이 두 달치 흐름은 첫 글에 큰 줄기만 적어뒀어요. 결과부터 말하면 비슷했어요. 어떤 질문에선 답이 더 깔끔하기도 했고, 또 어떤 질문엔 영 시원찮기도 했고요. 도구가 바뀌어도 흐름은 같았어요. 답을 받는 사람이 따로, 그 답을 내 폴더에 가져다 박는 사람이 따로. 그 두 역할을 다 제가 하고 있었으니까요. 며칠 더 끌어보다가 어느 날 살짝 지쳐서, 평일 저녁에 노트북을 덮어버린 적도 있어요. 거실 소파에 앉아서 이게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맞나 같은 생각을 잠깐 했어요.
늦은 저녁 노트북 앞에서 본 것
클로드 코드를 알게 된 건 그 어디쯤이었어요. 유튜브 영상 하나가 추천에 떴는데, 채팅창에 답을 받는 게 아니라 터미널 안에서 명령어를 쳐서 일을 시킨다는 식이었어요. 화면이 좀 낯설었어요. 깜깜한 창에 흰 글씨가 흐르고, 사람이 한국말로 뭘 시키면 그게 알아서 폴더를 들춰보고 파일을 새로 쓰는 흐름이었어요. 처음엔 저게 진짜인가, 시연용으로 짜놓은 거 아닌가 의심부터 했어요.
설치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안내를 따라 하나씩 치니까 결국 제 터미널에도 그 깜빡이는 커서가 떴어요. 그 앞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어요. 평일 늦은 저녁이었고, 거실은 불을 다 꺼두고 작은 스탠드만 켜둔 상태였어요. 식구들은 다 자고 키보드 소리만 좀 크게 들리던 그런 시간이요. 마음먹고 한국말로 제 프로젝트 폴더를 한번 살펴봐달라고 시켰어요. 그랬더니 화면 안에서 정말로 폴더가 열리는 게 보였어요. 안에 있는 파일 이름이 하나씩 쭉 올라오고, 어떤 구조로 짜여 있는지 자기가 정리해서 말로 돌려줬어요.
그 다음에 시험 삼아 작은 일을 하나 시켜봤어요. 어떤 화면에 버튼 하나만 더 달아달라는, 그런 잡일이요. 그랬더니 어느 파일을 열겠다고 화면에 띄우고, 한 줄 추가하겠다고 알려주고, 진짜로 그 자리에 그 코드가 들어갔어요. 그 다음에는 그걸 빌드까지 자기가 돌렸어요. 저는 그 사이에 그냥 화면을 보고 있었을 뿐이에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등을 의자에 한번 기댔어요.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떴어요. 답을 받는 사람과 그 답을 내 컴퓨터에 박아 넣는 사람이 같아진 거구나. 챗지피티랑 제미나이 쓸 때 두 발을 따로 들고 걸어 다니는 기분이었다면, 클로드 코드는 그 두 발이 합쳐진 느낌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챗지피티 창은 자연스럽게 안 열게 됐어요. 일부러 끊은 게 아니라, 손이 거기로 안 갔어요.
처음엔 월 이십 달러짜리 프로 요금제로 시작했어요. 적은 돈이 아니다 싶었는데 막상 일을 시켜보니 한 시간도 안 돼서 그날의 사용량이 다 차버리는 거예요. 그 메시지가 뜰 때마다 마음이 식었어요. 한참 진도가 나가는 중이었거든요. 한 달을 그렇게 보내다가 결국 맥스 플랜으로 올렸어요. 가격을 보고 잠깐 망설였는데, 한 번 시켜 두면 두세 시간을 혼자 일하는 도구라는 걸 그땐 이미 알고 있었어요. 들이는 만큼 일해주는 도구라는 감각이 있어서, 손이 결제 버튼을 좀 빨리 눌렀어요.
같은 질문 다른 방식, 답이 달랐어요
도구를 잘 골랐다고 일이 다 풀리는 건 아니었어요. 클로드 코드가 잘 굴러간다고 해서 제가 잘 시키는 사람이 된 건 아니었거든요. 처음엔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그 자체를 몰랐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두루뭉술한 그림을 한 줄로 그냥 던지면 결과도 그만큼 두루뭉술하게 왔어요. 어느 날엔 그냥 한 발 물러나서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자체를 묻기도 했어요.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렇게 한 번 묻고 시작하면 다음 답이 훨씬 정돈돼서 왔어요.
같은 질문이라도 맥락이 바뀌면 답이 다르게 오는 게 진짜 신기했어요. 카카오 로그인이 제일 그랬어요. 똑같은 증상을 가지고 처음 물었을 땐 A라는 답을 받았는데, 그 답대로 해도 안 풀리길래 며칠 뒤에 화면을 캡처해서 같이 보여주고 다시 물었더니 전혀 다른 방향을 짚어줬어요. 그 카카오 로그인 때문에 사흘 새벽을 통째로 날린 얘기는 따로 한 편에 적어뒀고, 그때 헤매면서 정리해 둔 디버깅 순서도 남겨놨어요. 처음엔 왜 그렇지 싶었는데, 한참 헤매다 보니 그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짧게 던지면 짧게 추측해서 답하고, 자세히 보여주면 그만큼 자세히 풀어요. 그 뒤로는 막혔다 싶으면 일단 에러 화면을 통째로 캡처해서 보여주는 게 습관이 됐어요. 한국말로만 시키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영어로 하면 더 잘 알아듣는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저는 그냥 한국말로만 시켜요. 어색했던 적은 거의 없었어요.
가장 크게 데인 적은 결과를 그대로 믿었던 날이었어요. 어떤 화면을 손봐달라고 시키니까 한참을 일하고 나서 구현 완료했습니다, 한 줄이 떴어요. 그 한마디만 믿고 그날은 노트북을 그냥 덮었어요. 다음 날 시뮬레이터를 켰는데 그 화면이 멀쩡히 안 열렸어요. 어떤 부분은 빠져 있고 어떤 부분은 엉뚱한 자리에 들어가 있었어요. 그날 결국 그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더 했어요. 그때 분명하게 새긴 게 하나 있어요. 시뮬레이터에 띄워서 한 화면 한 화면 직접 눌러보기 전까진 다 됐다는 말은 안 믿는 거예요. 나중에 첫 빌드가 진짜로 성공한 새벽에야 그 한 줄이 무슨 뜻인지 몸으로 알았어요. 그 뒤로는 시뮬레이터 켜고 버튼을 하나씩 눌러보는 게 작업의 끝이지, 구현 완료했다는 한 줄은 끝이 아니에요.
또 하나,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시키면 꼭 어디 한 군데가 빠져요. 화면 다섯 개를 한꺼번에 바꿔달라고 하면 두 개쯤은 빠뜨리고 와요. 처음엔 이게 왜 이러나 싶어서 답답했는데, 알고 보면 사람한테 시켜도 똑같았을 일이에요. 그래서 지시를 내릴 때마다 순서대로 하나씩 진행해 줘 라는 한 줄을 거의 매번 같이 붙여요. 사소해 보이는 그 한 줄 차이가 결과를 많이 바꿨어요. 단계로 잘라서 시키고, 한 단계 끝나면 결과를 한 번 보고 다음 걸 시키는 식이에요. 빠른 일을 더 빠르게 하려는 게 아니라, 빠뜨리는 걸 줄이려는 거였어요.
이런 자잘한 깨달음들이 매번 같은 자리에 빠지는 걸 막아줘요. 처음엔 같은 함정에 두 번 세 번씩 빠지면서 시간이 줄줄 갔거든요. 어느 시점부터는 풀어낸 해결법을 글로벌 메모리라는 파일에 한 줄씩 적기 시작했어요. 그게 다음 앱부터는 차이가 컸어요. 같은 에러를 다시 만나면 클로드가 알아서 그 메모리를 보고 알아서 풀고 가요. 이 잔소리를 두 번 하기 싫어서 CLAUDE.md라는 파일로 굳힌 얘기는 뒤에 따로 한 편 적었는데, 다시 봐도 그게 제일 큰 변화였어요.
지금도 가끔 챗지피티 창을 열어볼 때가 있어요. 비교하려는 마음보다는 그냥 한 번씩 들여다보는 정도예요. 답은 여전히 잘 와요. 그런데 그 답을 받고 나면 제 손이 자연스럽게 클로드 코드 터미널로 가요. 거기에 한국말로 시키면 알아서 폴더를 열고 파일을 고쳐주는 그 흐름이 익숙해져 버린 거죠. 답을 받는 사람과 그 답을 적용하는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는 게, 막상 익숙해지고 나니까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요. 늦은 저녁에 처음 그걸 봤던 그날 이후로, 손이 그쪽으로만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