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을 만들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누가 그러더라고요. AI가 코드를 다 짜주면 도대체 너는 뭘 하는 거냐고. 농담 반이었지만 저도 한동안 그 질문을 속으로 굴렸어요. 진짜로 클로드 코드가 코드는 거의 다 짜주거든요. 저는 코드를 한 줄도 직접 못 쓰는데 앱이 나와요. 그러면 제가 한 건 뭘까. 두 달쯤 만들고 나서야 그 답이 좀 잡혔어요. 코드를 뺀 나머지 전부가 제 몫이더라고요.
보통 개발자들은 AI가 짠 코드를 보고 이건 좀 이상한데 하고 잡아낸대요. 근데 저는 그걸 못 해요. 코드를 읽을 줄 모르니까요. AI가 짜준 게 잘 짠 건지 엉성한 건지 저는 화면만 봐선 몰라요. 그래서 처음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어요. 코드 검사를 못 하면 그냥 AI가 주는 대로 받는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만들다 보니까, 제가 판단해야 하는 자리가 코드 안쪽이 아니라 그 바깥에 잔뜩 있더라고요.
뭘 넣을지보다 뭘 뺄지가 더 어려웠어요
가장 큰 게 뭘 만들지 정하는 일이었어요. 클로드한테 이런 기능 넣어줘 하면 진짜 잘 만들어줘요. 문제는 그 이런 기능을 정하는 건 클로드가 안 해준다는 거예요. 기도모임 앱을 만들 때도, 기도제목 올리고 보는 핵심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 이것저것 붙이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댓글도 달고, 좋아요도 누르고, 알림도 여러 종류로. 클로드는 시키면 다 만들어줘요. 근데 그게 다 들어가면 앱이 무거워지고 정작 쓰는 사람은 헷갈려요. 뭘 넣을지보다 뭘 안 넣을지를 정하는 게 더 어려웠어요. 그건 AI가 대신 못 해주는 판단이었어요. 시키면 만드는 쪽은 클로드고, 안 시키기로 정하는 쪽은 저였어요.
동작하는 앱이랑, 쓰고 싶은 앱은 달라요
두 번째는 이게 진짜 괜찮은가를 보는 일이었어요. 클로드가 화면을 만들어주면 동작은 해요. 버튼 누르면 반응하고, 데이터도 저장되고. 근데 그게 쓸 만한가는 또 다른 문제예요. 색이 촌스럽지 않은지, 글자가 너무 작지 않은지, 처음 켠 사람이 뭘 해야 할지 바로 아는지. 이런 건 동작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좋으냐 별로냐의 영역이라, 제가 직접 보고 판단해야 했어요.
솔직히 이걸 잘하는 건 지금도 어려워요. 동작하는 앱을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쓰고 싶은 앱을 만드는 게 훨씬 어렵더라고요. 아이콘 하나 정하는 데도 한참 걸려요. 그런 건 클로드가 이게 예뻐요 하고 정해주지 않으니까요. 만들 줄 알게 된 다음에 진짜 벽은 여기였어요. 되는 앱은 이제 만들 수 있는데, 좋은 앱은 여전히 잘 못 만들겠더라고요.
클로드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나 계속 의심해요
세 번째가 좀 까다로웠어요. 저는 배경지식이 없으니까, 클로드가 제 말을 잘못 알아들어도 그걸 바로 못 알아채요. 개발자라면 어 이건 내가 말한 거랑 다른데 하겠지만, 저는 그냥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 하고 받아들여 버려요. 그러다 한참 뒤에 앱이 이상하게 굴면 그제야 어, 내가 원한 게 이게 아닌데 하고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요.
에러를 풀 때 화면을 캡쳐해서 같이 보여주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었어요. 말로만 하면 제 의도랑 클로드가 이해한 게 어긋나는데, 실제 화면이나 에러를 보여주면 그 틈이 좁아지거든요. 그래서 제 일 중에 큰 게, 클로드가 지금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은 게 맞나를 계속 의심하는 거였어요. 코드를 못 읽으니까 코드로는 확인을 못 하고, 대신 결과랑 화면을 보면서 어긋났는지를 봐요.
코드 대신 결과를 검사해요
네 번째는 직접 눌러보는 거였어요. 클로드가 구현 완료했습니다 해도 그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돼요. 시뮬레이터에 띄워서 제 손으로 하나하나 눌러봐야 진짜 되는지 알아요. 코드를 못 읽으니까, 코드가 맞는지를 검사하는 대신 결과를 검사하는 거예요. 버튼 다 눌러보고, 이상한 데 없나 화면 구석구석 보고. 개발자가 코드 리뷰하는 그 자리를, 저는 손으로 눌러보는 걸로 대신했어요.
클로드는 제 손이지 제 머리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두 달 지나고 나서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하게 됐어요. AI가 코드를 다 짜주니까 제가 할 일이 없는 게 아니라, 제 일이 코드에서 코드 바깥으로 옮겨간 거라고요. 뭘 만들지 정하고, 이게 괜찮은지 판단하고, 클로드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나 의심하고, 결과를 직접 눌러서 확인하고. 코드를 못 짜는 비개발자한테 남는 일이 사실은 그 앱의 거의 전부였어요. 클로드는 제 손이 빠른 거지 제 머리가 아니었어요. 무엇을, 왜, 어떤 모양으로 만들지는 여전히 제가 정해야 했고, 그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지금도 새 앱 만들 때 클로드한테 제일 먼저 시키는 건 코딩이 아니에요. 이런 앱을 만들 건데 어떤 기능이 꼭 필요하고 뭘 빼는 게 좋을지 같이 정리해보자부터 해요. 그 정리가 끝나야 코드 얘기로 넘어가요. 코드는 클로드가 빠르게 짜줄 걸 아니까, 정작 제 시간은 그 앞단에서 다 써요. 코드를 한 줄도 못 쓰는 사람이 앱을 만들 수 있게 된 자리에, 코드 말고 다른 게 잔뜩 들어차 있었던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