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앱을 다 만들어 놓고 이제 마켓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던 어느 밤이 있었어요. 코드는 돌아가고 빌드는 통과되고 제 폰엔 이미 아이콘이 떠 있었거든요. 남은 건 그 아이콘을 다른 사람들 폰에서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일뿐이었어요. 그게 그렇게 길어질 일이라고는 그때까지 전혀 생각 못했죠. 한 사나흘이면 끝날 줄 알았던 게 결국 어느 날엔가 동사무소에 사업자 등록 신청서를 내고 있는 저로 이어졌어요. 솔직히 그 순간까지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은 기분이 좀 있었어요.
구글 플레이 콘솔에 가입할 때까진 어렵지 않았어요. 25달러 카드로 긁고 화면 따라서 정보 입력하고. 거기까진 30분이면 끝나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첫 앱을 업로드하려고 보니 화면 어딘가에 빨간 안내문이 떠 있는 거예요. 개인 개발자 계정으로 앱을 정식 출시하려면 클로즈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더라고요. 그 테스트에 최소 12명의 테스터가 14일 동안 앱을 실제로 써야 한다고요. 처음 그 문구를 봤을 때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12명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좀 낯설어 보이더라고요.
회사 동료한테 부탁할 수도 있는 거였어요. 근데 회사에서 이런 거 한다는 얘기를 굳이 꺼내고 싶지 않았어요. 가까운 친구 몇 명한테 톡으로 운을 떼봤는데 다들 어 그래 한번 깔아볼게 하고 나서, 한 사흘 지나면 깔았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어요. 안드로이드 폰 쓰는 사람만 골라야 한다는 것도 깜빡했고요. 아이폰 친구들은 애초에 후보에서 빠져요. 그렇게 남은 사람 몇 명을 다시 추리니까 다섯 명이 채 안 됐어요. SNS에 글 올려서 모르는 사람한테 부탁해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그건 또 그것대로 부담스럽더라고요. 제 첫 앱이 기도모임이라 더 그랬어요. 잘 모르는 사람한테 제가 만든 기도모임 앱 좀 깔아주세요, 이게 잘 안 그려졌거든요.
그러다 알게 된 게 사설 업체였어요. 검색하다 보면 이런 테스트를 대행해 주는 곳이 몇 군데 있어요. 적당한 비용을 내면 자기들이 가진 테스터 풀로 2주짜리 테스트를 돌려주겠다는 거예요. 처음엔 이게 진짜 되는 건가 싶어서 한참 망설였어요. 결국 한 곳에 한 번 맡겨봤죠. 결과가 어떻게 됐냐 하면, 잘 모르겠어요. 진짜로요. 보고서 비슷한 게 오긴 왔는데 이게 통과된 건지 아닌 건지가 확실치 않았고 콘솔에 떠 있는 상태도 손에 잡히는 게 없었어요. 돈은 돈대로 나갔는데 결과는 미덥지가 않은 그 기분이 며칠을 갔어요.
그쯤 돼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봤어요. 사업자를 내면 이 12명 테스트 자체가 면제예요. 그러니까 이걸 한 번 끊으면 앞으로 만들 앱마다 같은 함정에 안 빠지죠. 근데 사업자라는 단어가 그때까진 좀 무거웠어요. 부업으로 뭐 하나 만들어 보는 사람이지 사업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거든요. 사업자 등록증을 받는 순간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는 것 같은 막연한 무게가 있었어요. 그래도 며칠 더 콘솔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결국 결심했죠. 어차피 이거 하나로 끝낼 거 아니면 길게 보면 사업자가 답이다 싶어서, 그렇게 정리하고 집을 나섰어요.
사업자 등록증 한 장이 끝이 아니더라고요
사업자 등록 자체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어요. 신청서 한 장 쓰고 업종 골라서 적고, 며칠 뒤에 종이 한 장이 손에 들어왔어요. 이제 됐다 싶었죠. 콘솔로 돌아가서 사업자 정보를 입력하고 다음 버튼을 눌렀는데 거기서 또 막혔어요. 구글이 사업자 등록증만 보고 끝내주지 않더라고요. 그 사업자가 실제로 운영하는 웹사이트 URL을 입력하라는 칸이 있었어요. 단순히 도메인 등록만 해놓은 게 아니라 정말로 살아 있는 콘텐츠가 있는 사이트여야 한다는 뉘앙스였어요.
여기서 제가 운이 좋았던 게, 몇 년 전부터 손놓고 있던 블로그가 하나 있었어요. 도메인도 아직 살아 있고 글도 한 십수 개는 올라가 있는 사이트요. 그게 이런 데서 쓰일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 도메인 주소를 입력칸에 넣고 다음을 눌렀더니 통과됐어요. 모니터 보면서 좀 웃었어요. 옛날에 나중에 쓸 일이 있겠지 하고 그냥 묵혀뒀던 게 이런 식으로 돌아온다는 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안심이 되더라고요. 만약 그 블로그가 없었으면 그날부터 또 사이트 하나를 부랴부랴 만들고 있었겠죠.
구글 쪽이 그렇게 정리되는가 싶었더니 이번엔 애플 쪽이 발목을 잡았어요. 사실 애플은 진작에 가입을 해 놨었어요. 디벨로퍼 프로그램 99달러를 카드로 긁고 개인 자격으로 등록한 게 한참 전이었거든요. 그때까진 별 생각이 없었죠. 처음 앱을 스토어에 올려보려고 정보 입력 화면들을 넘기다가 판매자 정보 미리보기 같은 게 떴는데, 거기에 제 본명이 한글로 또렷이 박혀 있는 걸 봤어요. 그걸 본 순간이 좀 묘했어요. 회사 동료가 우연히 앱스토어에서 내 이름을 보고 어 이거 이 사람 아니야 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제가 굳이 알리고 싶은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사업자 명의로 디벨로퍼 계정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까지 들어갔어요. 그 과정에서 던스 번호라는 게 필요해요. 처음 들어본 단어였어요. 미국 어떤 회사에서 발급해 주는 사업자 식별 번호 비슷한 거더라고요. 신청은 온라인으로 하는데 한국 사업자 정보를 영문으로 정확히 적어서 보내야 하고, 중간에 메일로 추가 자료 요청이 또 와요. 영문 메일이 한 통 오면 그 안에서 정확히 뭘 묻는 건지 곱씹어 가면서 답을 적어 보내고 또 며칠 기다리고.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영어가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이쪽 절차에 익숙하지가 않으니까 매번 내가 지금 보내는 게 맞나 싶더라고요.
거기에다 던스 번호만 받으면 끝이 아니었어요. 애플 쪽도 사업자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도메인을 요구하더라고요. 다행히 그것도 그 블로그 도메인으로 같이 통과시켰어요. 한 도메인이 양쪽 마켓에서 다 일을 했어요. 거기서 또 한 번 그 블로그한테 마음속으로 절을 했어요.
그렇게 던스 번호 받고 사업자로 디벨로퍼 계정을 다시 세팅하고, 그 안에서 그동안 개인 계정에 적어뒀던 세금 정보랑 사업자 등록증 사진이랑 이런 것들을 하나씩 옮기는 작업이 또 한참 걸렸어요. 어떤 칸은 그냥 옮겨지는데 어떤 칸은 또 처음부터 다시 입력해야 하고, 그 사이에 변경 사항이 검토 중입니다 같은 회색 안내문이 며칠씩 떠 있고. 그 며칠은 진짜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다른 일 하면서 가끔씩 콘솔 열어보는 게 다였어요.
한 번 끊어 두니까 다음 앱부터는 그 길이 사라졌어요
이 모든 게 정리되는 데 한 달 가까이 갔어요. 코드 한 줄 새로 쓴 거 없이요. 첫 앱이 다 만들어진 시점부터 진짜로 두 마켓에 멀쩡히 올라가기까지의 거리가 그만큼이었어요. 만들 때보다 올릴 때가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어느 주말 오후에 콘솔 두 개를 동시에 열어놓고 보고 있는데 양쪽 다 통과 비슷한 표시가 떠 있는 걸 보고 한참 그냥 앉아 있었어요. 기쁘다기보다는 좀 허탈했어요. 코드 짤 때 만났던 빨간 줄들은 차라리 풀어내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이쪽은 그냥 시간하고 인내심으로 밀고 가는 영역이라.
그래도 위로 하나는, 이걸 한 번 끊어 두니까 두 번째 앱부터는 이 길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거예요. 사업자 등록은 한 번 받아 두면 그만이고 던스 번호도 한 번 발급받으면 그만이고 디벨로퍼 계정 세팅도 다시 할 일이 거의 없어요. 두 번째 앱은 만든 다음 며칠 만에 그냥 올라갔어요. 콘솔에서 새 앱 만들기 한 번 누르고 정보 입력하고 빌드 올리고 끝. 첫 앱 때 봤던 그 빨간 안내문도 다시는 안 보이고요.
지나고 보니까 한 가지 후회가 남아요. 처음부터 그냥 개인사업자로 등록증 하나 받고 던스 번호 받고, 그러고 나서 디벨로퍼 계정 만들었으면 이 한 달이 통째로 없었던 거예요. 사업자 등록 자체에 드는 비용은 거의 없거든요. 매출이 없으면 세금도 거의 없고요. 손해 볼 게 뭐가 있나 싶은데 그땐 그 한 발을 안 떼서 빙 둘러 왔어요. 앱 하나 만들고 그걸 어떻게 올릴지를 그때서야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의 전형적인 동선이었던 것 같아요. 누가 옆에서 야 그거 처음부터 사업자로 가, 한마디만 해줬으면 한 달이 굳었을 텐데요.
그리고 또 하나, 사업자 등록을 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게 있어요. 마켓에 앱을 올리려면 그 앱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페이지랑 고객지원 페이지랑 계정 삭제 안내 페이지가 각각 인터넷에 떠 있어야 해요. 한 줄짜리 페이지가 아니라 따로 URL이 있어야 해요. 이건 또 뭔가 싶어서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클로드 코드가 이거 파이어베이스 호스팅으로 같이 올려둘게요 하더라고요. 그게 뭐 하는 건지도 잘 몰랐는데 어느새 사이트 세 페이지가 도메인 밑에 척 올라가 있었어요. 앱만 만들던 제가 웹이라는 데까지 발을 들이게 된 게 따지고 보면 여기서부터였어요. 처음엔 이게 왜 필요한지조차 몰랐는데, 심사에 올렸더니 진짜로 그 URL들을 일일이 확인하더라고요. 게다가 심사 단계에선 심사관이 앱을 실제로 켜서 안을 봐야 하니까 모든 앱에 게스트 로그인을 따로 만들어 두는 습관도 그쯤에 생겼어요. 그래도 게스트로 들어갔는데 로그인이 안 됩니다 같은 이유로 거절당한 적이 또 있어요. 그건 또 그날의 다른 얘기고요.
지금도 가끔 콘솔에 새 앱 하나 올릴 때마다 그 첫 한 달이 떠올라요. 12명 모으겠다고 친구 목록을 쭉 훑던 그날 저녁이라든가, 사설 업체 보고서 보면서 이게 진짜 통과된 건지 한참 들여다보던 새벽이라든가, 던스 번호 메일 답을 영어로 한 번 더 고치던 출퇴근길 같은 거요. 그래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면, 첫날 아침에 동사무소부터 갈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