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일 저녁이었어요. 본업 끝내고 집에 와서 밥 먹고 책상에 앉아서, 늘 하던 대로 앱 폴더들이 모여 있는 화면을 열었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그 화면이 한 줄에 안 들어오더라고요. 아래로 한 번 스크롤을 해야 끝이 보였어요. 거기서 잠깐 멈칫했어요. 어, 내가 이걸 다 만들었나. 폴더 하나하나가 다 내가 어느 저녁에 한 줄씩 시켜서 깐 것들인데, 한 화면에 모아놓고 보니까 그게 손에 잘 안 잡혔어요. 두 달 사이였어요. 첫 앱 하나에 두 달이 통째로 들어갔던 자리에서, 그 두 달이 지나는 동안 만든 게 어느새 한 손으로는 안 꼽히게 돼 있었어요. 십몇 개쯤. 정확히 세어 본 적도 없어요.
자랑처럼 들릴 거 같아서 미리 말해두는데, 오늘 쓰려는 건 그 반대 얘기예요. 만드는 게 쉬워진 만큼 돌보는 일이라는 게 새로 생겼다는, 그 어색함에 대한 얘기예요.
성격이 다 제각각이에요
만든 게 다 비슷한 거였으면 그래도 나았을 거예요. 그런데 하나하나가 다 결이 달라요. 어떤 건 기도모임처럼 모임 사람들끼리 조용히 쓰는 작은 도구예요. 화면도 수수하고, 새 사람이 막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들끼리 쓰는 유틸리티에 가까워요. 또 어떤 건 동그라미배틀처럼, 아니면 화면에서 공 피하는 게임처럼 손가락 한 개로 하는 단순한 거고요. 거기서 끝이 아니라 운세 보는 앱도 있고, 공부 시간 재는 앱도 있고, 사람 매칭해주는 앱도 있어요. 누구는 점 보러 들어오고, 누구는 공부하러 들어오고, 누구는 사람 만나러 들어오는 거예요. 한 사람이 만든 거라기엔 결이 너무 따로 놀아요.
만들 때는 이걸 몰랐어요. 그냥 그때그때 떠오른 걸 하나씩 만든 거니까요. 그런데 다 깔아놓고 한 화면에서 한꺼번에 보니까, 이게 무슨 잡화점 같은 거예요. 통일감이라는 게 아예 없어요. 돈 버는 방식도 다 따로예요. 어떤 앱은 화면 밑에 광고가 깔려 있고, 어떤 앱은 광고를 떼주는 결제가 있고, 어떤 앱은 그냥 무료라 아무것도 안 붙어 있어요. 그 광고라는 게 한 달 정지를 한 번 먹고 나서야 함부로 못 붙이게 된 거라, 앱마다 어떻게 붙였는지가 더 제각각이 됐고요. 이게 머릿속에서 자꾸 섞여요. 이 앱이 광고 붙은 거였나 결제 있는 거였나 하고 한참을 생각해야 할 때가 있어요. 내가 만든 건데도요. 분명 어느 저녁에 내가 직접 붙였는데도 기억이 안 나서, 앱을 켜서 확인해야 알 때가 있어요. 처음엔 그게 좀 머쓱했어요. 내가 만든 걸 내가 기억 못 한다는 게요.
콘솔을 앱마다 들락날락하게 됐어요
제일 먼저 번거로워진 건 콘솔이었어요. 앱을 마켓에 올리고 나면 그 앱을 관리하는 화면이 따로 있거든요. 구글 쪽 화면이 있고 애플 쪽 화면이 있고, 개발자 콘솔이라고들 불러요. 거기 들어가면 내가 올린 앱들이 쭉 떠요. 앱이 하나일 때는 그 화면이 곧 그 앱 화면이었어요. 들어가면 바로 그 앱이니까 고민할 게 없었어요. 그런데 여러 개가 되니까, 뭐 하나 손보려면 그 앱을 골라서 안으로 한 번 들어가야 하고, 다른 앱 보려면 다시 나와서 또 골라야 해요. 이 앱 심사 상태 한 번 보고, 나와서 저 앱 다운로드 숫자 한 번 보고, 또 나와서 다른 앱 리뷰가 달렸나 한 번 보고요.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별거 아닌 것 같죠. 하나 보는 데 1분도 안 걸리니까요. 그런데 그게 십몇 개분이 되면 그 1분들이 다 쌓여요. 한 바퀴 다 돌고 나면 그날 작업 시간은 이미 꽤 지나 있어요. 첫 앱 때는 콘솔이라는 데가 어디인지부터 헤맸는데, 이제는 콘솔 자체는 익숙해졌고 대신 그 사이를 오가는 일이 새 일이 된 거예요.
받은편지함이 점점 시끄러워졌어요
이건 좀 의외였어요. 앱을 올리면 별의별 메일이 다 와요. 심사 시작했다고 한 통, 통과됐다고 또 한 통, 누가 리뷰 남기면 또 한 통, 광고 정산 얘기로 또 한 통. 앱이 하나일 때는 이게 반가웠어요. 메일 알림이 뜰 때마다 오 뭐지 하고 바로 열어봤거든요. 그런데 앱이 많아지니까 이게 다 곱하기가 돼요. 앱 하나당 여러 통씩 오는데 그게 십몇 개분이니까, 아침에 출근길에 폰을 보면 받은편지함에 새 메일이 한가득이에요. 대부분은 그냥 자동으로 오는 거고, 진짜로 봐야 하는 메일 한 통이 그 사이에 끼여 있어요. 그걸 찾아내야 해요.
회사 메일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지, 하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어요. 만드는 일은 끝났는데 이제 이걸 다 들여다봐야 하는구나, 하는 것도요. 알림 설정을 손봐서 좀 줄이긴 했는데, 그래도 앱 개수만큼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따로 있어요. 내 앱 상태를 내가 모를 때가 생겼다는 거예요. 어느 날 누가 그 운세 앱 지금 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제가 답을 못 했어요. 어, 그거 아직 심사 중이었나, 아니면 벌써 출시됐나. 헷갈렸어요. 콘솔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이미 한참 전에 출시돼 있더라고요. 올려놓고 다른 앱 만드느라 그새 까먹은 거예요. 앱이 하나일 때는 절대 이런 일이 없었어요. 그 앱 하나만 종일 머릿속에 두고 있으니까 심사 중인지 출시됐는지가 안 헷갈렸어요. 그런데 여러 개가 같이 돌아가니까 머릿속에서 그게 한 번씩 섞여요.
안 쓰이는 앱을 볼 때 드는 기분
솔직하게 적을게요. 어떤 앱은 거의 아무도 안 써요. 다운로드 숫자가 한 자리예요. 그것도 대부분 저랑 제 친구 몇 명일 거예요. 만들 때는 이게 될 줄 알고 만든 거였거든요. 머릿속에서는 그럴듯했어요. 그런데 막상 마켓에 올려놓으니까 조용해요. 아무도 안 들어와요. 그 앱 콘솔에 들어가서 0에 가까운 숫자를 볼 때면 좀 머쓱해요. 이걸 내가 왜 만들었지 싶고, 그 며칠이 아까운가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또 어떤 앱은 조용히 한 명씩 늘어요. 어제 다섯이었던 게 오늘 일곱이고, 누가 들어온 건지도 몰라요. 그냥 어디선가 한 명씩 들어와요. 그거 보는 건 묘하게 좋아요.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내가 자는 사이에 내 앱을 켜서 쓰고 있다는 게요. 같은 날 저녁에 이 두 기분을 다 느껴요. 한 앱 콘솔 보고 머쓱하고, 바로 다른 앱 콘솔 보고 살짝 뿌듯하고. 십몇 개를 한 바퀴 도는 동안 그 두 가지가 번갈아 와요.
여기까지 와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어요. 만드는 건 진짜 쉬워졌어요. 한 번 굴려본 폴더를 참고해서 비슷하게 깔고 내용만 갈아끼우면 되니까, 그래서 자꾸 만들었고 그게 이렇게 늘었어요. 그런데 만드는 거랑 돌보는 건 다른 일이더라고요. 만드는 건 한 번 하면 끝나는데, 돌보는 건 안 끝나요. 콘솔 들어가야 하고, 메일 봐야 하고, 어느 게 출시됐고 어느 게 심사 중인지 머릿속에 들고 있어야 하고요. 그게 앱 수만큼 계속 쌓여요. 전엔 앱 하나만 보던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여러 개를 동시에 신경 쓰는 입장이 돼 있었어요. 내가 이런 걸 할 줄 아는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좀 낯설어요.
그래서 요즘은 새 앱을 만들기 전에 한 번 더 멈춰요. 이거 만들면 내가 돌볼 수 있나. 만드는 데는 하루면 되는데 돌보는 건 계속이니까요. 만드는 게 쉬워진 만큼 돌보는 일도 같이 늘어난다는 걸, 받은편지함이 앱 개수만큼 시끄러워지고 나서야 알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