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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초보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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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템플릿#반복제거#워크플로우

세 번째 앱을 만들다 멈칫했어요

2026.06.07by addwisdom+61 EXP

두 번째 앱이 보름 만에 마켓에 올라가고 며칠 안 지난 어느 평일 저녁이었어요. 본업 끝내고 집에 와서 아이 재우고 책상에 앉은 그 시간이요. 세 번째로 만들 거리가 머릿속에 한두 개 굴러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평소처럼 새 폴더 하나 만들고, 클로드한테 새 앱 하나 시작하자 던지고, 첫 화면 한 장 띄우는 데까지 가보려고 했어요. 손이 익은 일이었어요. 두 번째 앱 때 한 번 해봤으니까요.

그런데 그날따라 작업 중간에 손이 한 번 멈췄어요. 화면 안에서 클로드가 새 폴더를 채우고, 파일을 차례로 깔고, 그 다음에 파이어베이스를 연결하기 시작하는데, 어 이거 지난번이랑 똑같은데 싶더라고요. 똑같은 정도가 아니라 진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같은 걸 하고 있었어요. 파이어베이스라는 게, 앱 뒤에서 로그인이랑 데이터 저장 같은 걸 대신 해주는 구글 서비스인데요. 두 번째 앱 때 이걸 새 앱에 붙이느라 한참을 보냈던 기억이 있었어요. 그걸 지금 또 처음부터 똑같이 붙이고 있었던 거예요.

두 번째 앱에서 했던 걸 그대로 또 하고 있었어요

파이어베이스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그 다음 순서로 알림 기능 코드를 또 붙이더라고요. 앱이 정해진 시간에 하고 울리게 하는 그 부분이요. 첫 앱 때 이게 안 와서, 안 와서, 일주일을 헤맸던 자리예요. 알림이 9시간 어긋난 시간에 오질 않나, 알림은 와도 아이콘에 빨간 숫자 뱃지가 안 뜨질 않나. 그때 한 줄 한 줄 고생해서 맞춰놓은 코드를, 두 번째 앱에 한 번 옮겨 붙였고 지금 세 번째 앱에 또 똑같이 옮기고 있었어요. 정확히 같은 줄을요.

결제 기능 뼈대도 그랬어요. 광고 제거 같은 걸 살 때 쓰는, 앱 안에서 돈을 받는 부분인데요. 사실 저는 아직 이걸로 돈을 한 푼도 못 벌었어요. 그래도 나중에 붙일 자리는 미리 깔아두는 버릇이 있었어요. 안드로이드가 한 번 결제 방식을 크게 바꿔서, 옛날 방식대로 깔았다가 심사에서 막혀 코드를 다시 짠 적이 있었거든요. 그 뒤로 새 방식으로 맞춰놓은 뼈대를, 이것도 두 번째 앱에서 한 번 옮기고 세 번째에 또 옮기고 있었어요.

안드로이드 쪽 설정 파일도 빠지지 않았어요. 앱이 알림을 받으려면, 또 사용자한테 권한을 물어보려면 손봐야 하는 칸들이 있는데요. 이게 또 매번 같은 자리에 같은 줄을 넣는 일이었어요. 안드로이드 12 넘어가면서 예약 알림이 안 와서, 알고 보니 그 설정 파일에 받는 부분 세 줄을 명시해줘야 했던 거였어요. 그것도 한 번 고생해서 알아낸 자리인데, 그걸 새 앱마다 다시 적고 있었어요.

폴더 모양 잡는 것까지 똑같았어요. 저는 어느 시점부터 폴더를 늘 같은 모양으로 나누는 버릇이 들었거든요. 화면은 화면끼리 한 칸에, 데이터 모양은 또 다른 칸에, 기능은 기능대로 또 한 칸에. 처음엔 클로드가 알아서 그렇게 나눠준 거였는데, 같은 모양을 몇 번 보다 보니 아 이렇게 칸을 나눠두면 나중에 어디 뭐가 있는지 찾기 편하구나 가 손에 잡혔어요. 그래서 새 앱마다 지난번처럼 칸 나눠서 가자 를 매번 한 줄씩 시키고 있었어요.

그날 저녁에 손을 멈추고 한참을 화면만 봤어요. 식어버린 커피잔을 옆에 두고요. 머릿속에 떠오른 건 좀 한심한 쪽이었어요. 나 지금 세 번째인데도 매번 같은 걸 처음부터 다시 하고 있구나. 두 번째 앱이 보름 만에 나왔다고 좀 우쭐했었는데, 정작 그 보름 안에도 이 반복 작업들이 통째로 들어가 있었던 거예요. 파이어베이스 붙이고, 알림 붙이고, 결제 뼈대 깔고, 안드로이드 설정 손보고, 폴더 칸 나누고. 매번. 똑같이.

매번 새로 할 게 아니라는 생각

그때 떠오른 게 좀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그러면 매번 새로 만들 게 아니라, 이 기본 세팅이 전부 끝나 있는 빈 앱을 하나 만들어두면 되는 거 아닌가? 새 앱을 시작할 때마다 아무것도 없는 빈 폴더에서 출발하니까 매번 같은 걸 처음부터 깔게 되는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파이어베이스도 이미 붙어 있고, 알림 코드도 이미 들어가 있고, 결제 뼈대도 이미 깔려 있고, 안드로이드 설정도 이미 다 손봐져 있고, 폴더 칸도 이미 나뉘어 있는 앱을 하나 만들어두는 거예요. 그리고 새 앱이 필요하면 그 폴더를 통째로 복사해서 쓰는 거죠.

말로 적고 보니 너무 당연한 얘기 같은데, 저한테는 그게 그날 저녁에야 처음 떠올랐어요. 코딩하는 사람들한테는 진작에 상식인 건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코딩을 1도 모르는 사람이라서, 내가 매번 하는 작업을 정리해서 한 번만 해두자 라는 그 생각 자체를 그날 처음 해본 거였어요. 앱을 어떻게 만드냐가 아니라, 내가 앱을 만드는 방식 자체를 한 번 정리해보는 일이요. 그게 좀 묘했어요.

그래서 그날 하던 세 번째 앱 작업을 잠깐 멈추고, 클로드한테 다른 걸 시켰어요. 두 번째 앱 폴더를 한 번 들여다보고, 거기서 앱 내용물은 다 빼고, 그동안 매번 깔던 기본 세팅만 남긴 빈 껍데기를 하나 만들어달라고요. 파이어베이스 붙는 부분, 알림 코드, 결제 뼈대, 안드로이드 설정 파일, 폴더 칸 나눈 구조. 그것만 남기고 나머지 화면이나 기능은 다 비워달라고 했어요. 그 폴더에 이름을 하나 붙였는데, 별생각 없이 템플릿 이라고 적었어요. 폴더 이름 앞에 밑줄 하나 붙여서, 다른 앱 폴더들 위쪽에 딱 올라오게요.

만들어놓고 그 폴더를 한 번 열어봤는데, 좀 이상한 기분이었어요. 분명히 앱은 아닌데, 그렇다고 빈 폴더도 아니었어요. 아무것도 없는 새 앱 이 아니라 기본 세팅이 다 끝난 앱 이었어요. 켜면 그냥 텅 빈 화면 하나가 뜨는, 근데 그 뒤에는 파이어베이스도 알림도 결제도 다 연결돼 있는, 그런 묘한 물건이요. 두 번째 앱 만들면서 지난번 앱 폴더 한 번 참고해줘 라고만 던졌던 게, 그날 폴더 한 통으로 따로 떨어져 나온 셈이었어요.

만든다기보다 복사한다에 가까워졌어요

이때부터 새 앱을 시작하는 일이 좀 달라졌어요. 그전까진 빈 폴더에서 출발해서 매번 같은 걸 쌓아 올렸다면, 이제는 그 템플릿 폴더를 통째로 복사해서 새 이름으로 두는 걸로 시작하게 됐어요. 복사하면 파이어베이스도 알림도 결제 뼈대도 안드로이드 설정도 폴더 칸도 다 따라와요. 처음부터 깔 게 없어요. 그러니까 새 앱을 만든다 기보다 복사해서 시작한다 에 가까워졌어요.

물론 이게 끝은 아니었어요. 복사해놓고 보니 안에 들어 있는 앱 이름이 죄다 옛날 거였어요. 폴더 이름은 새로 바꿨는데, 그 안 깊숙한 데에 박혀 있는 앱 이름이라든지, 앱 하나하나를 구분하는 그 고유한 표시 같은 건 여전히 두 번째 앱 거였어요. 그걸 손으로 하나씩 찾아서 바꿔야 했어요. 어디어디에 그 이름이 박혀 있는지 알아야 하고, 한 군데라도 빠뜨리면 또 어딘가에서 탈이 났고요. 그 손작업이 만만치 않게 남아 있더라고요. 그 얘기는 좀 따로 풀어야 할 거 같아요.

그래도 그날 만든 그 템플릿 하나가 제 작업 방식을 한 칸 바꿔놓은 건 분명했어요. 그날 이후로는 새 앱을 켤 때마다 처음부터 다 깔아야지 가 아니라 템플릿 복사부터 하자 가 손에 먼저 와요. 코딩을 잘하게 된 것도 아니고 무슨 대단한 기술을 익힌 것도 아니에요. 그냥 내가 매번 똑같이 반복하는 게 뭔지 를 한 번 들여다보고, 그걸 폴더 하나에 모아둔 거였어요. 비개발자가 처음으로 자기 작업 방식 자체를 정리해본 일이라면 그날 저녁이 그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그날 멈칫하지 않았으면, 아마 세 번째도 네 번째도 빈 폴더 앞에서 똑같은 걸 또 깔고 있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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