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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초보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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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자동화#스크립트#셋업

이름 바꾸는 데만 30분이 걸렸어요

2026.06.08by addwisdom+64 EXP

템플릿 폴더를 만들어 두고 나서 한동안은 세상 편했어요. 새 앱을 시작할 저녁이면 그 깨끗한 폴더 한 벌을 통째로 복사하고, 폴더 이름만 새 앱 이름으로 바꾸고. 거기까지가 몇 초였어요. 며칠씩 걸리던 게 몇 초가 됐으니 그 자체로는 충분히 신기했죠. 그런데 그 몇 초가 끝난 다음부터가 문제였어요. 복사를 했다고 해서 바로 새 앱 기능을 얹기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복사 뒤에 매번 똑같이 손으로 해줘야 하는 자질구레한 작업이 한 묶음 남아 있었어요. 그 묶음이 매번 30분쯤을 잡아먹었어요. 정작 앱은 한 줄도 안 짰는데 책상 앞에서 30분이 그냥 날아가는 거예요.

제일 짜증났던 게 이름 바꾸기였어요. 앱마다 고유하게 달아야 하는 이름표 같은 게 하나 있거든요. com.뭐시기.앱이름 이런 식으로 생긴 건데, 이게 한 군데만 적혀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폴더 안 여기저기, 안드로이드 쪽 파일에도 있고, 다른 설정 파일에도 있고, 깊숙한 데 숨어 있는 칸에도 있었어요. 템플릿을 복사하면 그 이름표가 전부 옛날 앱 이름 으로 박혀 있는 채로 따라와요. 그걸 새 앱 이름으로 하나하나 찾아서 바꿔줘야 했어요. 한 군데라도 빠뜨리면 나중에 빌드할 때 빨간 줄이 떴고, 그게 어디 안 바꾼 데서 났는지를 다시 찾아 헤매야 했어요. 그러니까 그냥 마음 편하게 처음부터 다 뒤져서 바꾸자, 하면 그게 또 한참이었어요.

거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안드로이드에 앱을 올리려면 도장 같은 게 하나 필요해요. 서명 키, 키스토어라고 부르던데 — 처음 앱 만들 때 이거 때문에 정말 많이 고생했던 그 물건이요. 앱마다 그 도장을 새로 하나씩 찍어 만들어야 했어요. 만드는 명령어 자체가 길고, 중간에 뭘 물어보는 칸도 여러 개 있고, 다 만들고 나면 그 도장 정보를 따로 적어두는 설정 파일을 또 손으로 채워야 했어요. 어디에 뭘 적어야 하는지 매번 헷갈려서 지난번 앱 폴더를 열어 내가 저번엔 여기 뭐라고 적었더라 하고 베껴 오는 식이었어요.

복사는 몇 초인데 그 뒤가 30분. 그게 몇 번 반복되니까 슬슬 복사를 한 의미가 있나 싶어지더라고요. 맨바닥에서 시작하던 며칠을 몇 초로 줄여놨더니, 이번엔 그 몇 초 뒤에 30분짜리 잔손질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거예요.

이걸 명령어 한 줄로 못 만드냐고 물어봤어요

어느 평일 저녁이었어요. 또 새 앱을 하나 시작하면서 그 30분짜리 잔손질을 막 시작하려던 참이었어요. 이름표를 또 여기저기서 바꾸고 있는데 손가락이 좀 지겨웠어요. 그러다 문득 클로드한테 던졌어요. 내가 새 앱 만들 때마다 똑같이 하는 이 작업들 있잖아. 복사하고, 이름 바꾸고, 도장 만들고. 이걸 그냥 명령어 한 줄로 만들 수는 없어?

저는 사실 그게 될 거라는 기대도 별로 없이 물어본 거였어요. 그냥 푸념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클로드가 그건 스크립트로 만들면 돼요 라고 답하더라고요. 스크립트라는 단어를 그때 처음 진지하게 들었어요. 무슨 마법 주문 같은 게 아니라, 내가 매번 손으로 하던 그 순서를 글로 한 번 적어 두면, 다음부터는 그 글을 한 번에 쭉 실행해주는 거라고 했어요. 복사하는 동작, 이름표 바꾸는 동작, 도장 만드는 동작을 한 파일에 차례로 적어 두면, 그 파일 이름을 명령어처럼 부르는 순간 그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한 번에 다 돌아간다고요.

클로드가 그 파일을 만들어 줬어요. 이름은 new-app.sh 였어요. 쓰는 법은 황당할 정도로 간단했어요. 검은 화면 — 터미널이라고 부르는 그거요 — 에 new-app.sh 라고 치고 그 뒤에 새 앱 이름만 붙여서 엔터를 누르면 끝이었어요. 첫 줄에 템플릿 복사 중 이 떴고, 곧바로 패키지명 치환 중 이 떴어요. 그 치환 이 바로 제가 30분 동안 여기저기 뒤지면서 손으로 바꾸던 이름표를, 그게 한순간에 스스로 다 바뀌는 거였어요. 그 다음 줄에 키스토어 생성 중 이 떴고, 도장까지 알아서 찍혔어요. 마지막에 완료 한 줄.

코딩이라곤 1도 모르는 사람이, 검은 화면에 명령어 한 줄 쳤더니 30분짜리 손작업이 몇 초 만에 끝나 있는 거예요. 그 화면을 잠깐 멍하니 봤어요. 빨간 줄이 안 떴어요. 이름표가 한 군데도 안 빠지고 다 바뀌어 있었고, 도장도 제자리에 있었어요. 평소 같으면 한 군데 빠뜨려서 빌드할 때 빨간 줄이 떴을 텐데, 그게 없으니까 오히려 진짜 다 된 게 맞나 싶어서 폴더를 한 번 열어 봤어요. 정말로 다 돼 있더라고요. 아 이런 식으로 일을 줄이는 거구나 가 그 저녁에 처음 손에 잡혔어요. 저는 그동안 클로드한테 코드를 짜달라 고만 했지, 내가 반복하는 짓 자체를 없애달라 고 부탁할 생각은 못 했던 거예요. 코드 한 줄을 더 받는 것보다 손작업 하나를 통째로 없애는 게 저 같은 사람한테는 훨씬 큰일이었는데도요.

짜증나는 걸 하나씩 박제하기 시작했어요

new-app.sh 가 한 번 잘 굴러가는 걸 보고 나니까, 그 다음부터는 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새 앱 만들다가 어, 이거 저번에도 똑같이 손으로 했는데 싶은 자리가 나오면, 이제는 그걸 그냥 넘기지 않고 이것도 스크립트로 박을 수 있나 를 한 번 묻게 됐어요.

다음으로 박은 건 파이어베이스 연결이었어요. 새 앱마다 파이어베이스라는 데에 가서 새 프로젝트를 걸고 그걸 앱이랑 이어주는 작업이 있는데, 이게 클릭도 많고 기다리는 칸도 많았거든요. 그것도 명령어 한 줄로 연결을 걸어주는 스크립트로 만들었어요. 그 다음엔 구글 로그인 차례였어요. 구글 로그인이 되려면 앱의 지문 같은 걸 등록해줘야 해요. SHA라고 부르던데, 앱이 진짜 내 앱이 맞는지 확인하는 신분증 지문 같은 거예요. 이게 디버그용, 릴리즈용 해서 네 개나 됐고, 그걸 뽑아서 등록하는 게 또 매번 헷갈리는 자리였어요. 첫 앱 때 안드로이드폰에서 로그인이 안 돼서 한참 헤맸던 게 바로 이 지문을 안 맞춰서였거든요. 그때 구글 로그인 붙이던 순서는 잊어버릴까 봐 따로 적어 뒀어요. 그 네 개를 한 번에 뽑아서 등록까지 해주는 스크립트를 만들어 두니까, 그 사고가 다시 날 일이 없어졌어요.

마지막으로 만든 건 배포 쪽이었어요. 앱을 마켓에 올리려면 개인정보처리방침이라든가 하는 필수 웹페이지가 몇 개 있어야 해요. 그게 없으면 심사에서 걸리거든요. 그 페이지들을 만들어서 웹에 올려주는 작업까지 명령어 한 줄로 묶었어요. app-ads.txt — 예전에 광고 정지 한 번 먹고 나서 알게 된 그 파일 — 도 같이 챙겨서 올라가게 해뒀고요.

이걸 다 만들어 놓고 보니까 좀 웃긴 그림이 됐어요. 새 앱 하나 시작하는 저녁이면, 이제 검은 화면에 명령어 몇 줄을 차례로 칠 뿐이에요. 첫 줄로 앱이 통째로 복사되고 이름이 박히고 도장이 찍혀요. 다음 줄로 파이어베이스가 붙어요. 다음 줄로 로그인 지문이 등록돼요. 다음 줄로 필수 웹페이지가 올라가요. 예전 같으면 한 저녁을 통째로 잡아먹던 셋업이, 클로드가 코드를 짜는 그 짧은 사이사이에 다 끝나 있어요.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그 앱만의 진짜 기능 을 얹기 시작하는 거예요.

가만 생각해보면 제가 두 달 넘게 배운 게 코딩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저는 지금도 코드를 못 읽어요. 그 스크립트 안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도 솔직히 잘 몰라요. 제가 배운 건 내가 반복하면서 짜증내던 걸 한 번 적어두면 다시는 안 해도 된다 는 감각 하나였어요. 짜증나는 걸 하나씩 박제하니까 — 이름 바꾸기, 도장 찍기, 지문 등록하기, 웹페이지 올리기 — 새 앱을 시작하는 문턱이 거짓말처럼 낮아졌어요. 새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을 때 아, 또 그 셋업 30분을 해야 하는데 하는 그 미적거림이 사라진 거예요. 그 미적거림이 사라지니까 그럼 일단 한번 시작이나 해볼까 가 쉬워졌고요.

지금도 가끔 새 앱 만들다가 손으로 똑같은 짓을 두 번째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멈칫해요. 이거 또 박을 거 하나 생겼네 싶어서요. 손작업만 그런 게 아니라 클로드한테 똑같은 잔소리를 두 번 하기 싫어서 말로 된 규칙까지 한 파일에 박아둔 얘기는 다음 글에 따로 적었어요. 코드를 배운 적은 없는데, 귀찮음을 자동화하는 버릇 하나는 어느새 손에 붙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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